3일배양 신선으로 지난 토요일에 수정란 이식을 하고 오늘 만8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에 이식하고 난 후 걱정하기도 하고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그랬는지 자포자기의 심정인지 호르몬 때문인지 거의 눕눕하고 지냈습니다. 아예 안 움직이고 눕눕하는 건 오히려 안 좋다고 해서 나가서 조금 걷고 (달리기는 안 했어요) 마트가서 장 봐오고 집안일 하는 정도로는 계속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좀 잠오거나 피곤하면 바로 잤어요. 휴직하니 피곤하면 쉴 수 있어서 이 점은 참 좋습니다. 그래도 임신이 안돼서 휴직기간이 길어지는 건 원하지 않지만요.
3일배양과 5일배양은 착상시기가 다르다고 합니다. 3일배양은 나팔관에서 세포분열되는 정도의 상태라고 합니다. 그래서 바로 자궁에 착상되는 상태보다 2~3일 정도 이른 발달 단계라고 합니다. 그래서 3일배양은 이식하고 난 뒤 3일 전후로 착상되는게 보통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5일배양은 포배기라는 단계까지 간 상태로 실제 자연임신의 과정이라면 나팔관을 타고 와서 자궁 정도에 왔을 때의 세포분열을 한 상태라고 해요. 그래서 5일배양 이식은 그 날에서 하루 정도 차이로 착상을 한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저는 난자채취 6개 중에 다행히 수정란 3개가 나왔고 상급 2개, 중급 1개로 총 3개였는데 수정란 상태만 버텨준다면 냉동을 하고 싶었지만 세포분열 상태가 그러기가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5일 배양까지도 기다리기 힘들겠다고 하셔서 신선으로 3개 전부 이식했습니다. 만35세 이상은 3일배양 3개까지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아무래도 착상성공률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겠죠. 처음에 일부 냉동을 원했다가 병원에 갔다가 3일배양 3개까지 나온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외부 환경에서 냉동은 커녕 5일배양까지도 가기 힘든 상태라면 아무리 상급 수정란이라도 이식한다고 해서 착상되고 임신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는데, 그래도 시험관의 배양액 환경보다는 자궁 안이 수정란이 버티기 좋은 환경이라고 합니다.
▶ 1.23(토) 오전 이식
▶ 1.25(월) 내과 피검사
▶ 1.27(수) 내과 피검사 결과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치 높음 5.19)
ㄴ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치가 약간 높기는 하지만 정상 범주라고 보인다고 하심. 임신일 수 있는 경우도 있어서 약 처방 불가하다고 하심.
▶ 1.29(금) 내분비 전문내과에 피검 결과지 보여드리니 갑상선호르몬제(25짜리) 한달치 처방해주심
▶ 1.30(토) 새벽부터 갑상선호르몬제 복용 시작
▶ 2. 3(수) 1차 피검
제가 아쉬운 건 이식하는 날 의사선생님께서 피검 안해도 될 것 같다고 했을 때 그냥 피검사 부탁드리고 바로 수치 확인했으면 월요일이나 화요일 정도에는 피검 결과지 가지고 가서 갑상선호르몬제 약을 먹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제 경우 3일배양이니 월~화 정도에는 착상이 예정되는데 금요일까지 높은 TSH수치였을거라 생각하니 한참 늦은 토요일이 돼서야 약을 먹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처음부터 내분비 전문내과를 찾아갔어야 했는데 집앞의 가까운 내과에 피검사하고 괜찮을거라 생각하고 있었던 저의 안일함이 후회됩니다. 다음주 수요일이면 1차 피검인데 사실 오늘 정도면 임신테스트기 했을테 옅게나마 신호가 와줘야 하는 것 같은데 전혀 안보였어요. 실망감과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배주사와 질정, 복용약도 이제 거의 막바지인데 약이 몸에 들어가는 걸 보면서도 지금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행동일까 하면서도 일단은 일정대로 하고 있습니다. 호르몬제 끊어버리면 바로 생리터질테니까요.
과배란 ~ 이식까지 10일 정도의 기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기도 한 기간이지만 이식 후 기다리는 10여일 정도가 또다시 피말리는 순간입니다. 과배란하면서 이식까지는 병원도 자주 방문하고 상담받으면서 뭔가 진전되는 느낌과 희망의 기운을 얻었다면 이식 후 임신테스트기를 하면서 기다리는 기간은 피말리는 길고긴 시간인 것 같습니다. 희망에 대비되는 실망감. 미리 실망하면 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착상이 안 되는게 아닌가 싶어 실망도 안하려고 합니다만 희망을 노력한다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시험관 한 차수가 실패로 끝나면 다음 차수 시도해보기까지 최소 2달 정도는 여유를 가지며 몸을 회복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합니다. 과배란한다고, 난자채취하고 온갖 약물 투여하고 무리한 난소가 좀 쉬면서 다시 일을 할 수 있도록 영양제도 잘 먹고 운동하고 쉬면서 준비해야 합니다. 1차의 피검을 기다리면서 벌써 시험관 2차를 생각하고 있는 제 모습이 참 안쓰럽네요. 결혼하기 전에는 막연히 언제쯤 임신해야지, 몇 명 정도 가졌으면 좋겠다며 우리 인생의 아주 일부로 여겼던 임신이 지금은 우리 부부에게 큰 과제로 하나의 단위사업이 되어있습니다. 17차에 임신하신분들도 계시던데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일 같지가 않네요. 이글 보시는 분들도 저와 같은 마음일거라 생각하면서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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