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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진료

이식 하루 전날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2020년, 자연임신을 준비했던 힘겨운 1년

자연임신 준비하면서도 이번달에는 되겠지, 다음달에는 되겠지 하며 기다림의 시간이 참 길고 길었다. 기대했던 것에는 전혀 아랑곳하지않고 생리예상일에 임신테스트기는 선명한 한줄 뿐이었다. 그 시간은 오롯이 나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짐이된다. 어차피 소변보면서 임테기 확인하는 걸 부부가 같이하고 있을 수는 없기에. 아침에 일어나서 들뜬 마음으로 화장실에 가서 확인하고는 기분이 엉망이 돼서 나온다. 신랑은 나처럼 날짜를 정확하게 인지하지는 못하기에 내가 말해주지 않으면 생리예상일이 지나갔는지, 생리가 결국 터져버렸는지도 모른다.

 

 

 

배란일을 알아도 숙제하기는 어렵다

숙제를 받아 일을 치러내야 하는 배란일마저 우선은 내 몫이다. 여자가 중심이 돼서 움직이고 신랑은 도울 뿐이다. 거기에 업무가 바쁘고 야근이 생긴다면 배란일마저 그냥 지나가버리곤 했다. 나도 신랑도 조직에 속한 직장인일 뿐 내 맘대로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는 사장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때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배란예정일에 배란테스트기도 신호가 왔는데 태풍이 와서 난 그날 밤새 비상근무를 섰고 그다음날 신랑은 코로나로 비상근무를 섰다. 당연한 말이지만 세상이 우리 배란일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게 또 다음 한달을 새로 기다려야 했다.

 

배란일 숙제를 받아 든 우리는 전혀 의욕이 서지도 않았다. 연애할 때 자연스럽게 끓어올랐던 감정은 온데간데 없고 의무감만이 남았다. 거기에 직장 스트레스까지 짐을 더했다. 직장생활 힘들게 하고 여유시간에 공부를 좀더 하는 것. 거기까지가 우리 능력치였다.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는 아이를 갖는 것'은 우리 능력치를 벗어나는 과제같았다.

 

 

 

 

생물시간에 배우던 시험관을 내가 하게 될 줄이야

시험관이라는 단어는 내 사전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누가 나는 시험관 해야지 하겠는가. 한 유튜버처럼 유전적 암이 있거나 해서 자식한테는 그 암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PGD(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 착상 전 유전자 진단)를 해서 수정란을 선별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렇게 2020년은 우리 부부를, 아니, 나를 비웃는듯 한달, 두달, 그리고 1년이 지나가버렸다. 딱 결혼한 지도 1년이 지나갔다. 결혼하고 1년안에 아이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신랑에 비해 나이가 많은 나로서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결혼 전 자궁초음파를 했고 별 문제가 없어서 임신하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 같았지만 난임전문병원에서 피검사를 해보고 AMH수치가 0.65로 40대 초중반 정도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서야 실감이 났다. 그동안 직장 스트레스가 많아서, 둘다 바쁘고 피곤해서, 배란예정일을 못맞추고 며칠 전에 하고 끝내버려서 등등 다른 이유가 아니었던 것이다. 내 난소기능이 떨어져서 제대로된 난자가 나오기가 힘들다는 게 일단의 팩트였다.

 

 

30대 중후반의 나이로 건강검진을 하면 30대 초중반의 신체나이가 나왔고 큰병 없이 살아왔기에 내 신체의 장기도 모두 그럭저럭 괜찮을 거라 여겼던 건 큰 착각이었다. 평소 달리기나 필라테스 등 운동도 열심히 했지만 그것이 한해두해 나이들어가며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난소의 기능을 보강시켜주지는 못했나보다. 평소에 피곤함을 많이 느끼는 편이었는데 그 중에 난소의 절규가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살기 바빳다고 한다면 핑계일까. 난소의 울부짖음을 알았다 한들 아무나하고 급하게 결혼해서 아이부터 가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20, 30대 한창일 때 여유롭게 공부하고 일하고 나에게 집중할 시간이 많았던 만큼 우리는 부모세대가 별로 겪지 않는 어려움이 맞닥뜨리는 것 같다.

 

비혼 또는 결혼은 하되 아이는 가지지 않는 생활도 존중한다. 아이를 포기한다는 건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다른집 아이들을 보며 내 아이가 컸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감이 든다고 해도 젊은 시절의 쉽지 않았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받아들이겠다는 결정이니까. 

 

 

수정란 3개, 신선이식 기다리는 중

그렇게 2021년 1월이 되었고 우리 부부는 난임전문병원을 다시 찾아 시험관 시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시험관 1차 난자채취 후 이식을 기다리는 중이다. 총 6개의 난자 중에 감사하게도 3개의 수정란이 생겨났다. 아침, 점심, 저녁, 자기 직전까지 매일 질정과 먹는 약들에 아주 혼미할 지경이라 감사함과는 별도로 아주 미칠 지경인 데일리 라이프를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향기좋은 드립커피를 내려마실 수 없는 것도 고통 중의 하나다. 당분간 커피 안녕. 처음에는 하루 2-3잔씩 마시던 커피를 못 마셔서 진짜 고통스러웠다. 디카페인 커피도 있기는 하지만 그건 커피가 아니라고 본다. 향만 있고 카페인의 각성효과는 없어서. 그래서 커피를 몇달째 끊은 상태인데 그래도 휴직 중이라 금단현상이 오면 그냥 푹 잔다. 낮에 내 맘대로 잘 수 있으니 그래도 괜찮은 것 같은데 당췌가 뭘 할 수가 없고 금방 진이 빠지고 의욕이 없다는게 문제다.

 

 

언제쯤 난 다시 모닝 드립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육아지옥이라도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야.

 

 

휴직을 하고 나의 신경은 온통 임신준비에 집중되어 있다. 더 이상 다른 무언가를 할 수가 없다. 식사도 대충 해치울 수 없다. 소고기, 돼지고기(찬기운의 고기는 별로라지만), 닭고기 중 하나는 끼니마다 꼭 먹으려고 하고 미역국, 추어탕도 일부러 더 챙겨먹는다. 누가 해주냐면 내가 해야한다. 그러니 재료를 사와서 끼니마다 해서 잘 차려서 먹고 영양제와 복용해야 할 약들도 꼭 챙겨먹는다.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들을 제대로 못 챙겨먹거나 타이밍을 못맞추면 시험관 한 차수가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기에. 안될 때 안되더라도 주어진 스케줄은 전부 소화해야 한다. 아침은 질정 3개(프로게스테론호르몬제인 유트로게스탄 2개, 발기부전제인 롱티메 1개)를 넣는 거로 시작된다. 커피로 시작하던 하루가 이제는 질정으로 시작되는 하루로 바뀌었다. 아기천사를 기다리는 건 신비로운 일이건만 일상은 영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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